자전거 열쇠를 집에 두고 출근하다

2006년 1월의 한 일요일..

이 날은 오후 4시에 푸치니의 오페라 삼부작인 트리티코(Il trittico)라는 작품으로 Il tabaro, Sour Angelica, Gianni Schichi 의 세 작품을 공연하는 날이었다.
그 중 나는 첫번째와 두번째 작품에서만 노래를 하는데, 공연 시작하고 약 2시간 30분 후에는 내가 퇴근을 할 수 있는 비교적 짧은 공연이다.

평일 공연이라면 보통 저녁 7시에 시작해서 밤 9시 30분쯤에야 퇴근할 수 있지만, 이날은 비교적 이른 시간인 오후 4시에 공연을 시작해서 오후 6시 30분쯤에 퇴근을 하게 되기에, 나는 오후 7시쯤에는 배드민턴을 치러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는 퇴근 후에 배드민턴을 칠 준비를 했다.

약간은 쌀쌀한 겨울 날씨에 코끝이 시려왔지만, 그래도 기분 좋게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다.
등에 울러맨 스포츠 가방에는 배드민턴 채와 셔틀콕은 물론 운동복, 신발, 그리고 갈이입을 속옷, 수건, 물병, 샤워용품 등이 들어있었다.

집에서 출발해서 약 30분쯤 후에 나는 극장에 도착했다.
평소처럼 극장 밖에 있는 자전거 주차장에 가서 자전거 자물쇠를 잠그려고 했다.
하지만 내 바지 주머니에는 자전거 열쇠라고 생각하면서 가져온 열쇠뭉치가 아니라 자동차 열쇠가 들어있었다.
자동차 열쇠를 주머니에 넣으면서 자전거 열쇠라고 착각한 것이었다.

극장 밖 자전거 주차장에는 열쇠가 없어서 세워두기에는 위험했다.
이미 예전에 바로 그 근처에서 자전거 열쇠로 잠궈뒀음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한번 도난당한 적이 있는 나로서는 열쇠도 잠그지도 못한 상태로 자전거를 밖에 두는 것은 이성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자전거를 끌고서는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 우리들은 극장 정문이 아니라 직원들이 들어가고 나가는 문을 이용하는데, 나는 자전거를 끌고 그 문을 통과하여 적당한 곳에 자전거를 세워두었다.
솔직히 이런 적이 몇 번 더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항상 내가 자전거를 세워두었던 곳이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곳에 자전거를 세워두었다.

공연을 잘 마친 후, 나는 자전거가 세워져있던 곳으로 갔다.
내 자전거는 그곳에 잘 있었다.
자전거를 끌고 나오는 길에 문을 3개를 거쳐야 하는데,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합창 지휘자가 이를 보고는 내가 자전거를 끌고 나가기 쉽게 앞에서 문을 열어주었다.

극장 밖에 나온 나는 자전거를 타고 배드민턴 장으로 갔다.
하지만 이 날은 평소처럼 배드민턴 장밖에 있는 자전거 주차장은 이용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체육관 안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서는 2층으로 올라갔다.
자전거를 두 손에 들고 계단을 올라간 나는 적당한 곳에 자전거를 뒀다.

나는 한시간 남짓하는 시간동안 열심히 배드민턴을 쳤다.
그리고는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는 2층에 있는 자전거를 가지고 체육관 밖으로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약간을 돌아가지만 자전거 도로가 잘 닦여있는 Velo Route 10 번 코스로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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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5일에도 저녁 시간에 배드민턴을 치러 갔다.
이 날은 자전거 열쇠를 잘 가져가서 체육관 밖의 자전거 주차장에 자전거를 잘 묶어두었다.
그리고는 운동을 하러 체육관 안에 들어갔는데, 배드민턴 코트 한쪽 옆에 자전거가 한 대 놓여있었다.
아마 그 자전거 주인도 나처럼 자전거 열쇠를 집에 두고 온 모양이라고 생각하니, 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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